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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책28

003 최은영, 쇼코의 미소 p. 115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이십대 초반에 엄마는 삶의 어느 지점에서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 만난 인연들처럼 솔직하고 정직하게 대할 수 있는 얼굴들이 아직도 엄마의 인생에 많이 남아 있으리라고 막연하게 기대했다. 하지만 어떤 인연도 잃어버린 인연을 대체해줄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의외로 생의 초반에 나타났다. 어느 시점이 되니 어린 시절에는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었던 관계의 첫 장조차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생의 한 시점에서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었다. 그리고 그 빗장 바깥에서 서로에게 절대로 상처를 입히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 같이 계를 하고 부부 동반 여행을 가고 등산을 했다. 스무 살 때로는 절대로 돌아가고 .. 2022. 3. 28.
002 레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 p. 89 "혼자 있게 해 줘요. 난 아무 것도 몰라요." 밀드레드가 말했다. "혼자 있게 해 달라고! 그래 좋아, 그렇지만 나는 뭐가 되는거지? 우린 혼자 있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어. 우린 적어도 가끔씩이나마 서로를 성가시게 해 줘야만 해. 우리가 정말로 상대방에게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 본 게 도대체 얼마나 됐지? 정말로 중요하다고 느끼면서, 정말로 진지하게 말이야!" p.99 학교 다닐 때 자네 반에서 특별히 '총명'했던 친구. 다른 애들이 납인형처럼 멍하니 앉아 있을 때 열심히 손들고 대답하던 친구가 있지 않았던가? 다들 그 친구를 미워했겠지. 그래서 수업이 끝난 뒤에 몰려가서 때리고 짓밟았겠지. 그렇지? 그래. 물론 그랬어. 우리가 전부 똑같은 인간이 되어야 했거든. 그리고 또 사람들은 전부 똑같.. 2022. 3. 28.
001 페트라 하르틀리프,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 빈의 동네 책방 이야기 그래, 그 영화였지. 영화 배우 하비 케이틀이 아침마다 담배 가게 문을 열고는 길에서 자기네 거리 사진을 찍는 영화. 서점 인수 결정을 축하하며 한껏 마신 함부르크의 기나긴 늦여름 밤, 당시 우리는 그런 상상을 했다. 날마다 해가림 막을 치고 서점 문을 여는 거다. 그리고 서점 거리를 한 번은 위쪽을 향해, 또 한 번은 아래쪽을 향해 사진을 찍는다. 그러다 개업 10주년을 맞아 작은 전시회를 여는 거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본 우리 거리." 뭐 그런 제목으로 말이다. 190124 2022. 3. 28.